opinion

인공지능 때문에 개발자들 일자리도 줄어드는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마치 내 삶을 포위한 듯했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이 끊임없이 소식을 전했고, 자기 의견을 보탰다. 실제로 나는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지인들의 입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승패는 물론 그에 대한 다양한 생각까지 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보태지 않았고, 그냥 평소와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런데, 아내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질문을 날렸다.

바로 알파고가 3연승을 했을 때, 아내 말은 이제 개발자들 일도 줄어드는거 아니냐는 것이다. 글쎄… 하며 마지못해 생각을 시작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을 뿐 명확한 생각을 내뱉지 못했다. 다음 날인가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읽은 지인의 페이스북이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 몇분이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나오면 개발자 직업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매우 어렵다고 본다. Input과 Output이 아주 모호한 영역에서 컴퓨터도 알아먹을 때까지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이 개발이다. 즉 개발의 70%은 대화이자 관계이다.

이날 점심을 이 친구와 먹으며,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터폴 개발 방식과 애자일을 단순히 요구사항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를 단번에 하느냐 혹은 반복적으로 하느냐는 형태 차이로만 보는 사람에게 그 차이를 설명하느라 애먹은 일이 있다. 아내 질문과 당신 글을 보면서 그때 했어야 할 답을 찾았다. 그건 바로 요구사항 분석이라는 것이 개발과 선 긋기 하듯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일이 아니란 점이다. 아무리 유능한 설계자를 두어도 마지막 2%는 반드시 개발자가 채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점심 때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아내가 이번에는 베터코드도 할 일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다시 의견을 제시했다. 베터코드(Better Code)란 내가 Kent Beck 글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하고자 하는 컨설팅 영역에 대해 붙인 이름이다. 흥미로운 질문으로 인해 내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더 나은 코드(Better Code)를 만드는 일에서 알고리즘을 제대로 구사하는 일이라면 당신 말이 맞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고민하기 이전에 먼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일을 알파고에 맡기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이 이 정도 나아간 상태로 또 하루쯤 지나 어제 김창준님의 글정재승 교수님의 기사를 비슷한 시간이 함께 보게 되었다. 먼저 창준님의 글 중에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여기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컴퓨터로 대체될 확률이 0.48이나 된다. 반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O*NET에 따르면 프로그래머와의 큰 차이가 소프트웨어를 뭘 만들지 고안하고 설계하는 것을 포함 — 이에 반해 프로그래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준 스펙대로 개발하는 것을 주 업무로 설명하고 있다)는 0.042밖에 되지 않는다.

개발자가 이세돌이 되어 알파고와 붙게 되는 지점은 바로 개발할 대상이 바둑판처럼 명료해지는 시점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그것은 개발보다는 연산 경쟁에 가까워지고, 도올선생 말마따나 인류는 알파고는 커녕 손바닥만한 계산기에게도 진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얼까? 앞으로 우리가 노력할 일은 어쩌면 개발할 대상을 바둑판처럼 명료하게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발자의 자리를 뺏는 적(?)이 있다면 그는 알파고 자체가 아니라 알파고를 이용하는 새로운 타입의 개발자에 가깝다. 거시적인 셈법이긴 하지만 그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많은 개발을 수행할 수 있다면, 개발할 일의 총량은 줄어들테니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개발자의 자리는 사라질 것 아닌가?

이런 논리가 옳다고 쳐도 오늘 당장 인공지능 서적을 읽을 필요는 없다. 개발자에게 인공지능이란 말 자체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요구사항 혹은 개발대상을 바둑판처럼 만드는 일에 대한 자기 나름의 방법을 익히는 것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정재승 교수님 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인간의 영역은 어떤 일이 남을까?
기자를 예로 들자. 기사 쓰는 로봇의 등장으로 기자가 사라질 거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단편적이다. 기자가 하는 일은 기사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의제를 찾고, 발로 뛰면서 취재를 하고, 그래서 해야 할 이야기를 설정하고 이런 거잖나? 의제 설정이나 취재를 인공지능이 하게 될 시기는 꽤 멀 것 같다. 그렇게 생산된 자료를 갖고 기사를 쓰는 거야 인공지능도 할 수 있겠지만.

과제 설정 자체를 업으로 삼으란 말인가?
그렇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과제 설정과 관련된 일을 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 모르니까 학습하라고 넣어주기도 힘들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을 하고, 대답해야 할 질문을 스스로 찾고, 그런 건 또 다른 차원이다. 그런 날은 올지 안 올지도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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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때문에 개발자들 일자리도 줄어드는가?”에 대한 1개의 생각

  1. 안녕하세요~ 인공지능이 등장해도 개발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느낌만 갖고있었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떠올리지 못했는데 이 글을 보고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전혀 다른 것(금융)을 전공하고 직접 무에서 유(일반 사용자용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너무 부러워서 뒤늦게 개발을 배우게 되었어요. 비전공자로서 개발을 학습하면서 이것이 공학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고, 예술도 아니고 그 모든 것의 총집합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 너무 좋은 글이라 페이스북에 같은 또래개발자친구들도 볼수있게 공유하구 싶은데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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